보란은 대한민국의 싱어송라이터이다.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세계판 시즌 2″에 사용된 ‘파라다이스 (Paradise)’로 목소리를 알렸으며 첫 싱글 ‘웃으며 안녕’으로 데뷔, 호소력 짙은 감정과 서정적인 가사로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트랜디한 멜로디로 송라이터의 면모를 보여준 싱글 ‘나의 우주로’와 래퍼 LUDA의 감각적인 래핑이 돋보이는 ‘Sandwich and a soda’를 연이어 공개했다. 2019년 4월에는 실험적이고 신비로운 사운드로 독특한 색채감이 돋보이는 첫 EP [Treasure Island]로 활동을 이어나갔다.

영원할 거라 믿었던 것에도 끝이라는 고통이 함께한다는 사실을 너무 일찍 깨달아버린 스물네 살의 아티스트. 그는 탄생으로부터 소멸에 이르는 순간까지 멈추지 않고 꿀을 뱉어내는 벌처럼, 목구멍을 틀어막는 어둠을 음악과 함께 끊임없이 죽처럼 게워낸다.

싱어송라이터 ‘보란’은 아이돌 ‘양송이’로 데뷔한 이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랑의 감정을 노래해왔다. 처음 느낀 설렘의 순간, 그를 향한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의 고백, 꿈속을 걷는 듯한 착각을 부르는 사랑의 마법. 언뜻 그의 노래는 K-pop 시장을 도배하고 있는 흔한 사랑 노래들과 결을 함께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보란’의 음악이 듣는 이로 하여금 공허하고도 황망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아마도 그의 곡들이 실현되지 않을 현실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보란의 음악은 예나 지금이나 모두가 꿈꾸는 평범한 사랑의 순간들을 이야기하지만, 과거와 달리 현재의 그는 그 이상적인 낭만성에 대해 사뭇 비관적이다.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이러한 특징은 한층 더 짙어지고 있다.

‘보란’은 2017년 발매된 싱글 ‘나의 우주로’를 통해 영영 닿을 수 없어 상상으로만 가질 수 있는 우주와 사랑, 그 둘의 닮음을 노래한 바 있다. 새롭게 발매되는 [끈적 꿀 우주] 또한 마찬가지로 우주를 꿈꾸지만 2년 전의 그와는 궤를 달리 한다. 과거에 비해 되려 염세적이기까지 한 그의 변화를 설명할 키워드는 다름 아닌 무한히 반복되는 관계의 소멸이다.

그의 새 싱글 속 우주는 삶과 사랑의 무한함보다는 이별과 죽음의 이미지에 더 맞닿아 있다. 그가 노래하는 우주의 끈적임은 사랑을 시작한 이들이 주고받는 속삭임의 달달한 그것이 아니라 끊이지 않는 자기 연민과 기어코 떨쳐내지 못할 과거의 망령, 그럼에도 다시 새로운 만남을 꿈꾸는 우리네 모습을 관조하는 절망의 끈적임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그가 만난 건 새로운 시작이었을까, 아니면 또 한 번의 침잠이었을까. 영원할 거라 믿었던 것에도 끝이라는 고통이 함께한다는 사실을 너무 일찍 깨달아버린 스물네 살의 아티스트. 그는 탄생으로부터 소멸에 이르는 순간까지 멈추지 않고 꿀을 뱉어내는 벌처럼, 목구멍을 틀어막는 어둠을 음악과 함께 끊임없이 죽처럼 게워낸다.

막연한 기대와 이상만으로 사랑을 품었던 한 소녀가 피할 수 없는 이별의 아픔 그리고 죽음으로의 회귀를 노래하는 어른이 되기까지 거듭해 온 지난한 성장의 과정은 듣는 이 각자의 개인적인 경험에 따라 때로는 사무치는 후회의 기억으로, 때로는 먹먹한 사랑의 아픔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